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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블로그 방문자수 1만명과 개인용 IT서비스의 흐름

  오늘 티스토리 관리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방문자수가 9,550명을 넘겼더군요. 이제 곧 10,000명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유명 파워 블로그엔 하루 1만명도 우스운 일이겠지만 티스토리에 정착한 지 이제 서너달 째인 저로서는 감개무량합니다. 사실 티스토리는 오래 전에 알고 있었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참으로 빙빙 둘러서 왔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살아오며 경험했던 IT서비스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출처: 티스토리 관리자 페이지에서 방문자 통계


  블로그를 제대로 시작한 건 2004년이었습니다. 네이버를 통해 블로그를 처음 접했죠. 그때의 제 블로그는 소 키우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여러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학하고 목장에서 일했던 시절이었거든요. 원래는 한 동안 다 잊고 살아보자며 고향에서 먼 곳으로 떠나 생전 해보지도 않을 일을 하며 살아볼 작정이었는데, 거기서도 어떻게 컴퓨터를 구해서는 인터넷으로 흔적을 남겼더랬죠.


출처: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한 포스트 중 일부 (2004. 07. 13. 23:19)
이렇게 귀여운 송아지가 덩치가 어느 정도 커지면 출하를 하는데... 마음이 미어집니다. ㅠ.ㅠ
특히, 아웃백 송아지 고기 좋아하시는 분, 이런 아이를 죽여서 먹는겁니다. -_-;;;;;;;;

  그러던 어느 날, 네이버 블로그도 손을 뗐더랬습니다. 한때는 평생 목부일이나 하려고 생각도 했지만..  목장일을 그만두고 학교로 복학했거든요.

  그리고 대학 복학후,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홈페이지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주 기능은 과제물을 임시로 올려두는 게시판이었습니다. 팀프로젝트 같은 과제를 할 때, 후배나 동기들에게 회원 ID를 나눠주고 각자 맡은 분야의 자료를 올리고 그걸 취합하는 용도로 사용했었죠.

  그 때는 클라우드 개념도 없었던 터라 학교에서 과제를 하다 마무리를 못하면, 집에 가서 해야하는데 USB 용량도 적은 시절이었고 만약에 분실이라도 해버리면 요즘 말로 '멘붕'되니까 가장 편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전자우편'을 사용했습니다. 전자우편으로 자신에게 과제물을 보내놓고 집에서 다시 로그인해서 과제를 내려받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혼자서 하는 과제일 경우 편리하지 팀단위의 과제를 할 때는 여러 사람에게 교차해서 보내야하고 버전도 각자 차이가 나게 되고 뭐가 가장 최신 결과물인지도 헷갈리고 그랬죠. 그래서 제 게시판이 참 요긴했던터라 저와 다른 과목을 듣는 친구들도 애용했더랬죠.


출처: 제 개인 홈페이지(2005년)  
후배들에게 회원가입을 시켜서 회원이 아닌 사람은 내용도 볼 수 없는 게시판입니다.
각자 맡은 부분을 진행해서 올리면 전체 진행상황도 알 수 있고 미진한 사람에게 재촉(!)과 독려(?)도 할 수 있는
그때 대학생의 머리 치고는 아주 획기적인 게시판 활용방법 되겠습니다. 우하하하!!

참고: http://byus.net
예전엔 비누넷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했고 개인에게는 1년에 1만원이라는 정말 어이없게 저렴한 비용으로
아직도 호스팅서비스를 계속 해주고 있습니다. 호스팅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은 참고해보세요.


  그때 홈페이지를 제로보드로 만들었는데 그야말로 굉장히! 유명했던 프로그램이었죠. 홈페이지에 조금이라도 관심있으셨던 분들은 다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인기만큼 제로보드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스킨도 굉장히 많았는데 그때 조그(ZOG)라고 하는 스킨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예전의 티스토리처럼 서버에 설치하는 형태였죠. 태생이 그렇다보니 설치형의 장점이자 단점인 독립(혹은 고립)성을 그대로 갖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웃끼리 연결시켜주는 특징이 있었어요. 대형 포탈사이트 처럼 말이죠.


제로보드 기반의 설치형 블로그, 조그(ZOG) 2005년에 조그를 설치 2010년까지 사용. 참고: http://grayfire.byus.net/zog/?no=89 
이때 만약 태터툴즈의 티스토리를 설치했다면 이렇게 빙빙 둘러 티스토리에 오지는 않았을 듯......



"체크 인(Check In)" 기능으로 조그 네트워크에 참여하여 독립(혹은 고립)된 설치형 블로그끼리의 연결과 유대를 위한 시도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조그 네트워크는 다 사라졌고, 현재 조그 도메인(zog.co.kr)도 매물로 나와있다.


  한동안 유행이던 "개인 홈페이지 만들기"때문에 덩달아 HTML 태그 배우는 동호회, 포토샵 동호회 등도 인기가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서버 호스팅부터 HTML작성에 디자인까지... 전국민이 웹디자이너가 되기도 힘들거니와 될 필요도 없다보니 그 인기도 점차 사그라들더군요.

  언젠가부터 회원가입만 하고 꾸미기만 하면 되는 싸이월드의 인기도 대단했습니다.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간단히 개인홈페이지가 생기는데다가 친구들 아는 사람들과 "일촌맺기"라는 개념이 참 신선했더랬지요. 특히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영화 속에서 도토리 줄테니까 1촌 맺자는 장면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유튜브 투사부 일체 도토리 장면 캡쳐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mMJHUv4Zzmk

  지금은 미니홈피를 아예 다 삭제해버리고 나니 다른 사람들도 싸이를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사내 메신저가 따로 있다보니 네이트온도 점점 안쓰게 되고... 아이폰 사용 이후로는 친구들과도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고 다음 카페에서 놀고... 그러다가 회사 동료분들이 아이폰에 대해 물어보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다음 블로그를 개설하여 팁을 하나씩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음블로그 시절 (2012. 4월까지)

 그러나 금방 다음 블로그에 한계를 느꼈어요. 디자인과 기능 등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고를수 있다보니 개인 홈페이지까지 만들어본 입장에서는 갑갑할 수 밖에요. 하지만 예전처럼 서버호스팅해서 설치하는 건 싫더라구요. 결국 설치형과 가입형의 장점만 있는 "다음 티스토리"로 눈을 돌리게 되었지요. 하지만 초대장 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회원분께 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부족한 초대장은 저에게 오지 않았고 그냥 다음 블로그를 키워갈려는데, 반가운 메일이 왔더군요.


이 글을 통해 Naturis(http://naturis.tistory.com)님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
Naturis 님 블로그엔 정말 다양한 정보가 가득~!

  그렇게해서 5월부터 본격적으로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티스토리도 저에게 최종 정착역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기존 티스토리 사용자들의 불만도 많은데 해결이 빨리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구요. 그리고 "사용자(user)"의 특성이 또 역마살 가득한 디지털 유목민들이다보니 다른 괜찮은 서비스가 나오면 그리로 또 우루루~ 가버리니까요.

  여태껏 접해온 IT서비스를 글로 정리하다보니 연예계보다 부침이 많은 곳은 IT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서비스들끼리 싸우다가 사라지고 하나가 완전 우위를 보이다가 또 새로운 서비스에게 눌리고...  최근에 흐름은 국산 서비스를 차츰 외국 서비스로 대체해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 화면만 보더라도 국산앱은 몇 개 없거든요. 카카오톡과 다음 카페, 다음 클라우드 말고는 트위터, 페이스북, 에버노트, 드랍박스 등으로 화면이 가득합니다. 국내앱과 IT서비스의 글로벌화가 시급한게 아닌가 싶네요. 이러다간 한국IT 산업조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게 아닐지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제안하나 합니다. 어서 빨리 정부기구에 IT를 총괄하는 콘트롤 타워가 있어야 하겠구요. 그 기구에서는 절대로~!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겁니다. 그럼 뭐하냐고요? 관찰하는 겁니다. 사찰이 아니라 관찰~! IT산업의 흐름, 추세, 동향을 파악하고, 사용자들의 기호와 동기들을 잘 파악하고 그것과 일치하는 괜찮은 서비스와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발견되면 적극 밀어주는 겁니다. 절대로 정부가 먼저 아이디어를 내서 그걸 3년, 5년 10년 내에 달성하겠다며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지 말고, 뒤에서 후원을 하는 겁니다. 물론 정부 고위 관료분들도 똑똑하신분 많지만 1명보다 10명이 낫고 100명은 더 낫지 않을까요? 괜찮은 아이디어를 공모해서 그거 하겠다는 사람, 팀, 기업을 적극 지원, 후원해주는 겁니다. 지금처럼 몇년단위 계획을 세워서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요.

  사족. "다음 클라우드" 아직 잘 쓰고 있는데요. 불편한게 하나 있어요. 티스토리에서도 다음 클라우드에 있는 사진을 불러와서 올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네요. 이미지 에디터는 완전 똑같아 보이는데 말이죠. 그래서 점점 드랍박스에 이미지를 올리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