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2012년 1월 31일, 서울의 한 복판...

2012년 1월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서울역 근처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모텔에 들어갔습니다. 카운터의 쪽 창으로 저를 스윽 살펴보던 관리인은 혼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혼자라고 대답했더니 키를 하나 줍니다. 출장비 정산 관계로 카드영수증이 필요해서 신용카드를 내밀었더니 별로 반기는 기색은 아닙니다. 키를 받고 보니 60X호. 밖에서 보고 들어온 건물 높이로 짐작해보니, 제일 꼭대기 방인 듯 싶습니다. 뭐 어쨋든 좋습니다. 전 하룻밤 잠만 자면 되니까요.

   왜 그럴까요? 객지에서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이놈의 잠은 오지를 않습니다. 모텔의 어두컴컴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선 책 보기도 그렇고 아날로그TV의 화질은 왜 적응이 되질 않는건지... 

   문득 창문 밖을 열어보니,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속의 세트 같은 장면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높은 건물들과 눈이 소복하게 쌓인 옥탑방 가건물이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 저기 옥탑방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 "

 


모텔의 붉은 네온싸인 때문에 눈이 쌓인 풍경도 붉그스레해서 현실세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치 대형 극장의 "연극 무대 세트"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옥탑방과 주변의 높은 건물들이 이루는 대비도 묘했지만 제가 묵고 있는 건물의 붉은 빛이 눈에 반사되는 모습도 묘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마치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무대 세트에 붉은 조명을 비춘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역 주변엔 크고 높은 건물들이 메타세콰이아 나무처럼 우뚝 우뚝 솟아있지만 그 틈바구니엔 이렇게 키작은 관목 같은 건물이 있습니다. 도로변의 큰 건물들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이런 곳이 있습니다. 

   "인생은 한 편의 연극(영화)이다." 라고 누가 말했던 가요? 

옥탑방과 마천루를 번갈아 쳐다보며 여러가지 생각과 느낌이 들었지만, 글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네요. 뭔가 슬픈 서울의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