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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책/책 읽기

교보문고 미라솔 리더와 관련해 아쉬운 점

  몇달 전, 업무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전자책 단말기를 모아서 사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패드와 갤럭시탭도 있었지만 단가가 비싸다 보니 논외가 되었고 주로 전자잉크(e-ink) 단말기들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화면이 모두 흑백이었고요.
  그런데 교보문고에서 나온 e-Reader 단말기는 가격이 저렴했지만 컬러였습니다. "미라솔(Mirasol)"이라고 하는 특이한 액정화면을 갖고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통신칩으로 유명한 미국의 퀄컴(Qualcom)에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화면이 컬러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대도 경쟁력이 있었고 무선인터넷, EBS 동영상까지 그야말로 안드로이드를 채용한 학습단말기로 손색이 없어보였습니다. 


미라솔 액정화면을 채용한 교보의 "컬러" 전자책 단말기


  제가 전자책에 관심이 많은 편임에도 미라솔 액정은 처음 접해보는 지라 호기심이 마구 발동하여 거의 내것처럼 휴대하면서 근 1개월간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이건 좀 안되겠다..." 싶은 판단이 들었습니다.


1. 전력 절감은 확실하나 사람에 따라 적응이 조금 어려울 수 있는 화면

  단말기의 한 귀퉁이에 보면 나비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화면의 구동원리가 바로 나비색깔의 변형에 착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괜찮다는 사람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지랭이 피어나는 화면 느낌이 아무래도 적응 안되고 흰색이 아닌 약간 붉은색 느낌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참고 링크1. 미라솔 액정화면에 대한 설명
http://inux.tistory.com/entry/퀄컴의-미라솔-Mirasol-디스플레이-e-ink를-대체할-수-있을까


참고 링크2. 교보 e-Reader 실제 화면
http://saenal21.egloos.com/5122455


  아이패드처럼 빠르고 화려한 화면도 아니고 스토리나 킨들처럼 가독성이 뛰어나지도 않다보니 뭔가 위치가 어중간한 느낌이었습니다.


2. TTS가 영어책만 지원한다는 아쉬운 점

  TTS는 Text To Speech라고 해서 글자를 소리내어 읽어주는 기능인데요, 이게 참으로 유용합니다. 생각해보세요. 걷거나 달리면서 혹은 운전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나요? 당연히 안되겠죠. 해서도 안되고요~! 하지만 TTS 프로그램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TTS 프로그램이 텍스트 파일의 글자를 인식하고 읽어주니까 직접 눈으로 읽지는 못해도 '귀로 들을 수' 있죠! 이게 얼마나 좋으냐면 이렇습니다.

   주말에 전자책에 전 문화재청장님이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담습니다. 가방하나 메고 1박2일팀처럼 문화재들을 보러 가는거죠. 최순우 선생님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도 좋습니다. 전자책이 들려주는 내용을 들으며 문화재를 감상하는 겁니다. 말그대로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말이지요. 멋지지 않나요? 한 손에 펼쳐든 책 쳐다봤다가 다시 기둥 쳐다봤다가 시선이 왔다갔다 하지 않고 눈으로는 문화재를 보고 귀로는 책을 듣는 겁니다. 귀에 이어폰만 꽂은 채로 두 손 자유롭게 산책하면서, 꽃나무도 쳐다보며 책도 읽는거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책표지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책표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책표지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책표지

책 표지 출처: 다음 책 정보. 참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책을 "듣고" 느끼고 싶다!!! 

  뿐만 아닙니다. 출퇴근길 미어터지는 지옥철에서 두 손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로 눈감고도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는 신통방통한 재주는 물론, 마음의 여유 또한 덤으로 가질 수 있는 겁니다. MP3 같은 오디오파일을 재생하는 게 아니니까 저장공간도 적게 차지하죠~!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시간이 없는 엄마들에게는 요런 기능이 매우 요긴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영유아를 자녀로 둔 선생님은 TTS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엄마나 다른 집안 일을 하고 있을 때 전자책의 TTS를 틀어놓으면 좋겠다면서요.

   하지만, 영어책만 된다는 또 한번의 약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화면이 좀 부족하긴 해도 다른 전자책에는 잘 없는 요런 기능은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데 말이죠.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더 어려워서 그런 걸까요? 반대로 영어공부 하실 분에게는 좋을 듯 싶습니다. 약간 영국어 느낌으로 발음이 무척 좋더군요. 


3. 멀티디바이스, N-스크린 시대인데 "아직도 책갈피 동기화 기능은 없음"

   교보문고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어느 정도의 학력과 문화비용에 지출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일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지급했거나 혹은 자기가 필요로 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최소 2개 이상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겠죠. 게다가 업무용 PC까지 생각한다면 최소한 3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다행스럽게도 교보문고는 아이폰용, 아이패드용, 안드로이드용, e-ink 방식의 전용단말기까지, 심지어 PC용 뷰어프로그램까지 있고 교보문고 아이디로 자신의 서재에 들어가면 구매한 책을 각 단말기마다 내려받을 수 있어서 그야말로 멀티플랫폼체제입니다.

제가 책을 읽는 플랫폼은 5가지. 왼쪽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스토리 K HD, PC.그리고 종이책!

교보문고는 이미 온라인상에 클라우드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어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지만
각 단말기간의 정보교환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고객이 4개의 기기를 통해 책을 언제 어디서나 읽고자 한다면 
매번 같은 번거로움을 4배 이상해야한다. 차라리 고객들은 다른 컨텐츠 업체로 발길을 돌리고 말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출근길에 아이폰에서 교보앱으로 홍길동전을 10쪽 까지 읽었다가, 스토리 K로 책을 읽으려면 다시 10쪽까지 페이지를 넘기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한 두번이면 모를까, 책을 읽을때마다 이러면 정말 귀찮습니다.


제가 가진 스토리 K의 "수동"북마크. 문제는 다른 기기와 이 책갈피 정보가 연동되는 방법이 없다는 것.
기기를 바꿔가며 읽다보면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따로 메모해야 될 정도입니다.

  아마존과 애플은 이런 점에 주목해서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동기화 기능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북스도 마찬가지에요. iCloud 라는 서비스로 iOS 장비끼리 책갈피 정보를 동기화시키고 있고 아마존은 위스퍼싱크라고하는 애플보다 더 좋은 클라우드 기반의 동기화 서비스가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끼리만 되는 반면, 아마존은 애플 기기는 물론 안드로이드 기기, 전용 단말기인 킨들까지 단말기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아요. 킨들은 전용 단말기 이름이기도 하지만 앱(App)이름이기도 해요. 그래서 아이폰으로 책을 15쪽까지 보고 집에 가서 아이패드에 있는 킨들에서 그 책을 펼치면 15쪽부터 이어서 보는 겁니다. 전용 단말기 킨들에서도 당연히! 계속 이어지고요. 단말기의 종류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킨들로 전자책을 읽기만 하면 내가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기억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책 속 내용에 몰입만 하면 되거든요. 몇 쪽까지 읽었는지 따로 체크하거나 버튼을 눌러 표시하고 또 기억할 필요도 없는거죠. 


아이북스(iBooks)의 책갈피 동기화.
아이패드에서 78쪽까지 읽었다면 아이폰에서도 78쪽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알아서 되기 때문에, 고객은 그냥 읽기만 하면 됩니다. 


4. 교보문고 미라솔 단말기에 대한 제안: 단말기를 컨텐츠에 끼워 팔기!

  출판사나 전자제품 제조사에서도 하기 힘든 일을 유통사인 교보문고에서 하드웨어에 투자했다는 것은 멋진 도전입니다. 그러나 근래의 하드웨어 들은 기술력이 무척 뛰어나 소비자들은 사소한 문제도 불만으로 삼고 있지요. 스마트폰의 불량화소 같이 몇 개의 점에도 민감한 수준입니다. 미라솔 단말기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반응속도나 디자인, 클라우드와 책갈피 동기화가 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고급형 기기로 포지셔닝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미 높은 완성도의 하드웨어(갤럭시와 애플제품 등)를 경험해 본 사용자들 입장이다보니, 약간 애매하게 인터넷도 되고 동영상이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중고 아이패드를 사는게 낫겠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테스트 기간이 끝나고 난 뒤 다른 사서선생님들도 인터넷과 동영상은 안되더라도 그냥 책만 깔끔하게 보이는 전자잉크 단말기를 선호하시더군요.  

 그래서, 제안 한번 해봅니다. B2B사업으로 각종 도서관(혹은 기업체 자료실 등)에 전자책과 함께 끼워파는 전략도 고려해보는건 어떨까요? 부가적으로 전자잉크 단말기 판매가 혜택 옵션도 넣고요.

예) 도서관이나 기업체 자료실에서 전자책을 계약하면 교보문고에서 일정 단위당 단말기 몇 대를 무료로 대여해줍니다. 분명히 PC에선 불편해서 못 볼테고 이동중에 책을 보려할 겁니다. 그때 미라솔과 전자잉크 단말기를 5:5 정도로 무상대여해주고 그 단말기를 통해 교보문고의 컨텐츠를 소비하도록 경험시키는 겁니다.

  단말기 중에 고객들이 선호하는 단말기가 있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높지 않은 가격에 분명 구매하고자 하는 기업체 소속의 고객도 생깁니다. 그럴때 구매시 일정 부분 할인이나 쿠폰 등의 혜택을 주는 겁니다. 어떻게든 경험시키고 컨텐츠를 소비하도록 만들면 컨텐츠가 아까워서 하드웨어나 업체를 못바꾸게 되니까요.

  한 곳만이라도 제대로 성공시키면 그 사례를 통해 다른 도서관(대학, 공공, 초중고등학교 등)에 유치하기도 한결 쉬워질테고 말이죠.

  

추가. 얼마 전에 보니 가격할인을 72%까지 해서 10만원 미만에 판매하던데 기존 구입 고객은 억울함이 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