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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TV/영화

<클로버 필드>가 <E.T>를 만난 이야기, 영화 <Super 8>

  지난 주말 올레 티비에서 슈퍼 에이트를 보았습니다.
SF영화 제작으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와 떡밥 미드 <로스트>와 <프린지>의 감독 "J.J. 에이브럼스" 라는 이름만으로도 매우 유명했는데, 어쩌다보니 극장에서 개봉할 때 못보고 놓쳐버렸습니다. 올레 티비에 올라왔길래 아내와 3분 정도 고민하고 포인트로 4천원 유료결제해서 보았습니다.

  잠깐 올레 TV에 대해 언급하자면, 광고에서는 마치 가입만 하면 12만 편의 컨텐츠를 다 볼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12만 편의 컨텐츠를 정말 "마음대로" 볼 수는 없더군요. 무료 컨텐츠는 이미 일주일이나 지나버린 드라마나 정말 오래된 영화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럴거면 차라리 곰TV가 낫겠네~!!!


올레 KT, 정말 내 맘대로의 뜻을 알고는 계신가요?
(출처: 올레티비 안내 웹사이트 http://www.olleh.com/index.asp?code=SA000 )

 

 

*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영화를 아직 못 보신 분은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제목을 제외하고 제작자와 감독의 이름만 있는 포스터)

 

포스터부터 완전 자신감이 넘칩니다. 제목과 이름 두 개만 덜렁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우리나라 영화감독보다 어째 더 친숙한 이름입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 많은 덕분입니다. 외계인과 자전거 탄 꼬마들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 <E.T>를 비롯, "따단~ 따단~!" 하면서 상어가 등장하는 <죠스> 시리즈, 채찍을 휘두르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공룡 신드롬을 일으킨 <쥬라기 공원> 시리즈, 유태인을 구해낸 독일인 이야기 <쉰들러 리스트>, 톰 크루즈가 주연했던 범죄예방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프로메테우스의 안드로이드형 로봇과 이름이 같은 "데이빗"이 등장하는 <A.I.> 리날도 디캐프리오와 톰 행크스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캐치 미 이프 유 캔> 에구.... 헥헥 숨차다. 영화 포스터 어딘가에라도 이 분 이름 들어간다면 일단 안심하셔도 됩니다. 표 값 버리게 하진 않을 겁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J,J. 에이브람스)

  매니아들에게는 "쌍제이 감독"이라고도 불리는 사람. 온갖 떡밥을 주물러 이 영화 저 영화 아무데나 던져 넣어두는 나쁜 취미를 가진 감독. 그래서 "탐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을 보고 나면 "토끼발"이 뭔지 궁금해 미칠것만 같아서 <로스트>나 <프린지>, <앨리어스>를 다시 찾아보게끔 만드는 감독. 다큐멘터리 형식의 괴이한 영화를 만들어서 국내 관객에게 환불 사태를 빚었던 <클로버 필드>의 감독. "J.J. 에이브람스" 감독입니다. 이 분은 어찌나 조각맞추기를 좋아하시는지 호기심은 잔뜩 키워놓고 정작 답은 안가르쳐주는 사람이죠. 이 분 역시 흥행에는 일가견 있습니다. <다크나이크:비긴즈>,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도 천재 감독이라고 하는데 쌍제이 감독님도 천재 소리 많이 듣고 있지요. 각본도 잘 써서 상도 여럿 받았고요.

  흥행보증수표 한 장에, 또 한 장을 더 얹은 격~! 자신감 만땅이다 이거지요. 이렇다보니 포스터에 달랑  두 사람의 이름만 넣어도 충분하다 이거죠. 더 넣을 필요 없다. 뭐 이런 아주 거만하다면 거만할 수 있는,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름입니다.

 

제목은 왜 슈퍼 에이트?

  제목이 <판타스틱4>처럼 슈퍼8이다보니 줄거리를 모르시면 혹시나 초능력자 8명이 나오는거 아닌가? 할 수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슈퍼영웅들 나오는 영화는 아닙니다. 1963년, 코닥(Kodak)에서 기존의 8mm 필름의 노출면적을 넓혀서 품질을 향상시킨 제품을 내놓습니다. 그것이 바로 "Super 8 mm film" 줄여서 "Super 8"입니다. 영화의 제목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 것 입니다. 아이들이 영화를 찍는다며 들고다니는 카메라와 필름이 바로 이 "Super 8" 카메라와 필름입니다. 친한 친구들끼리 "슈퍼에이트" 카메라로 영화를 만들다 사건이 하나 생깁니다. 이 카메라 필름에 엄청난 정부의 비밀과 음모가 찍혀버리거든요. 마치 <클로버 필드>의 괴물이 우연한 기회로 캠코더에 찍히듯이요.

   영화의 시대배경인 1979년에는 필름 카메라 시절이니 이런 "슈퍼에이트"가 많이 쓰였겠죠. 이 "슈퍼에이트" 필름은 기존 필름과 크기는 똑같으면서 화질이 좋아 1980년대 초반까지 많이 쓰였다는군요.


 

(Nizo film-camera from Wikipedia)


(Super 8 and 8 mm film formats.)

출처: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Super_8_mm_film)

 

느낀 점 1.  <E.T.>의 동심과 우정을 <클로버 필드식>으로 이야기하다.

  이 글의 제목처럼 영화 속의 꼬마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닐때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가 생각났습니다. 포스터에 스필버그와 에이브람스라고 하니 그게 계속 머릿속에 남은 것도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꼬마와 외계인이 만나고 다시 헤어지게 되는 부분, 특히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때는 이거 완전 E.T. 의 재해석 아닌가 싶었고요.

  도저히 본론을 알 수 없는 초반의 도입부와 기차 폭발, 그리고 정부기관이 개입했다는 음모론, <로스트>, <클로버 필드>에서 수없이 겪었던, 괴물의 전체는 커녕 "일부분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화면" 처리 등 관객의 궁금증, 호기심 등을 마구 자극해대는 방식은 에이브람스 감독의 작품임을 여지없이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외계인이 제대로 화면에 등장할 때의 모습은 클로버 필드에 등장했던 괴물이 그대로 출연했나 싶을 정도로 비슷했습니다. <프린지>에도 등장하는 로스웰 사건, 그린빌 공군기지 등의 소재도 등장합니다. 

 

느낀 점 2. 한국은 격동의 시대, 미국은 동네 꼬마들끼리 영화찍는 시대.

  영화를 보면서 느낀 다른 점은, 꼬마들이 만드는 영화 제작에 대한 부분입니다. 각자 역할 분담도 뚜렷하고 매우 진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79년인데요, 미국의 꼬마들은 이 시절에 영화제작을 친구들끼리 취미로 하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2012년인 지금에서야 대학동아리에서 만드는 수준인데 말이지요. 영화산업에 대한 미국의 역사를 보면 할리우드 영화들이 전 세계를 꽉 잡고 있는 것도 이렇게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미국의 문화 수준이 부러웠습니다. 아마 스필버그 감독과 에이브람스 감독은 이런 어린 시절을 보냈을 거 같은 느낌도 듭니다.


(동네 카페테리아 같은 곳에서 영화 제작 회의)

 

느낀 점 3. 다코타 패닝보다 엘르 패닝이 더 이쁘기도 한 것 같기도...

  이 영화의 또 하나 볼거리는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이 히로인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엘르 패닝은 1998년생으로 2001년 작품인 <아이 엠 샘>에서 다코타(1994년생)의 어린 시절 역을 맡으면서 세상에 얼굴을 알렸습니다. 연기력은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묘한 매력을 풍기는 컨셉으로 등장합니다. 남자 주인공의 넋을 빼놓기도 하고 이 때문에 영화 감독인 뚱보와의 사이가 나빠지기도 하죠. 아무튼 패닝 자매를 둔 부모님들~! 정말 좋으시겠어요! 이래서 딸을 낳아야해!!!


(다코타 패닝의 동생인 엘르 패닝과 조엘 코트니, 저 뒷편의 뚱보 어린이가 영화 감독. 일명 삼각 관계!)

 

아쉬운 점. 스티븐 스필버그와 J.J 에이브람스의 이름에 비해 부족한 20%

  초반의 철도와 트럭의 정면 충돌 장면부터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철도와 정면 충돌한 트럭 운전수가 학교 선생님이었다는 점은 선생님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지만, 어째서 죽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더욱 자극했습니다. 공군의 화물기차가 탈선하고 폭발도 일으켜서 그 일대가 쑥대밭이 되었는데, 트럭을 운전한 선생님은 사지가 몸뚱아리에 다 붙어있고 의식도 있으며 대사까지 합니다. 어떻게 나름 멀쩡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이 몰던 트럭은 유럽 충돌테스트 별 5개 만점에 50개라도 받은 걸까요? 충격적 도입부로 영화 속으로 몰입시킬 계획이었다면, 이건 실패입니다. 영화 중반이었다면 모를까 초반에는 아직 감독의 의도를 모르기에 단풍잎 물들이듯 점점 영화 속 세계로 이끌어가야 하는데 따지길 좋아하는 까탈스런 성격에 독일차의 품질을 최고로 믿는 저에겐, 초반 도입부는 별로였습니다.

 

  순수한 중학생들과 순수한 마음의 외계인이 서로 진심이 통하고 결국 아이들은 외계인이 무사히 자기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영화는 해피엔딩. 이런 설정도 마음에 안듭니다. 어른이 되어서 동심을 잃은 건 아니지만, 주인공이 어쨰서 순수한지, 뭘 보고 순수한 마음이 있는지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감독이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줄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근거 정도는 있어야 관객이 공감을 하겠죠. 조금 부족했습니다.

  주인공 조(조엘 코트니)의 아버지, 잭슨과 엘리스(엘르 패닝)의 아버지는 경찰과 범죄자의 관계입니다. 게다가 아빠가 혼자 남게 된 이유는 엘리스의 아버지가 근무였던 날 몸이 좋지 않아 조의 엄마와 교대를 했는데 그 날 우연히도 사고가 나게 되었죠. 그러니까 원수지간입니다. 그래서 잭슨은 조와 엘리스가 만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그러다 나중에 엘리스가 외계인에게 납치되고 두 아버지는 우연한 계기로 힘을 합치고 용서하며 서로 이해하게 됩니다. 근데 납치되는 부분도 뭔가 좀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만한 SF 영화, <슈퍼 에이트> 입니다.

*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Daum 영화"를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