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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TV/영화

"불명확한 관계"란 바로 이런 것, 영화 <프로메테우스>

1. 떡밥 가득한, 궁금해 미쳐버릴 것 같은 미스테리물이 좋아~!

   아내와 저는 추리물과 액션이 가미된 SF물 그리고 미스테리 다큐멘터리도 흥미롭게 봅니다. 좋아하는 장르가 대체로 비슷한 편이지요. 집중해서 영화를 본 뒤에 둘이서 카페에 앉아 나름의 심도있는 추리와 분석을 내놓습니다. 아내의 주장을 반박할 때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때도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허술한 이야기를 채워주기도 하면서 말이죠.

   앞서 이야기한 모든 요소가 합쳐져 있으면서도 2시간만에 끝이 나지 않는 아주 환상적인 영상물이 바로 떡밥 미드의 제왕, 로스트였습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결국 뭔가 선명하게 이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끝이 나버렸습니다.


(아... 이제 미드보는 재미를 "잃어버렸어"... LOST....  출처: 위키백과 )

   떡밥의 향연이었던 "로스트"가 끝나고 JJ 에이브람스의 "클로버필드"나 "슈퍼에이트" 등을 보았지만 별 감흥도 없고 엑스파일의 대를 잇는다고 하는 "프린지"를 보며 연명하던 어느날이었습니다.

 

2. 월남에서 돌아온 새카만 김상사, 아니 스페이스 쟈키 - 새 에이리언 시리즈 등장?


(에이리언 시리즈 괴생명체 디자이너, "HR 기거"의 "스페이스 자키" 일러스트 출처: 위키백과 )


(프로메테우스 공식 예고편의 스페이스 쟈키, 출처: 유튜브 캡쳐)

 네~! 스페이스 쟈키가 돌아왔습니다. 스페이스 쟈키는 에이리언 1탄에 등장했던 정체불명의 거대 외계인이었습니다. 도입부에서 잠깐 등장했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나갑니다. 궁금증만 잔뜩 키워놓고 말이죠. 암튼, 그 거대 외계인이 프로메테우스에서 등장합니다.

   이것이 무슨 대단한 의미냐? 라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해드리겠습니다.
  - 에이리언(1979) : 감독
리들리 스콧,  디자이너 HR 기거, 웨이랜드 때문에 외계인(에이리언) 만남. 안드로이드의 오작동 및 머리와 몸통의 분리장면
  - 프로메테우스(2012) 감독 리들리 스콧, 디자이너 HR 기거, 웨이랜드 때문에 외계인(엔지니어) 만남. 안드로이드가 뭐라 말하니 엔지니어가 머리를 몸통과 분리시킴
  - 웨이랜드라는 모든 에이리언 시리즈와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AVP) 시리즈에도 등장하는 회사. 프로메테우스에선 아예 피터 웨이랜드라는 창업주가 등장


(그야말로 다국적, 문어발, 악덕 기업인 웨이랜드)

   뭐, 이쯤되면 심증은 물론, 물증도 확보된 상황이지만 감독은 "세계관은 공유하나 프리퀼(이전 이야기)은 아니다."라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고차원적인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연예인의 사고방식은 일반인과는 다른 "세계관"을 가진게 아닐까요?


(떡밥이라면 내가 원조? 리들리 스콧 감독. 출처: 위키백과)

이하, 본문 내용에서는 영화의 줄거리는 물론, 제 나름의 추리도 마음대로 등장하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더 이상 아래의 글을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3. 뭔가가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관계를 모르겠어!


(떡밥의 기원을 찾아서~!!!)

3-1. 지구 맞아? 벌받은 거야, 희생한 거야? 인류의 기원은 확실한거야?

   영화는 지구(?)의 산과 강, 바다를 두루 비춥니다. 이상하게도 생명체라곤 안보이는군요. 왠지 톰슨 가젤 떼가 우루루 도망가는 장면이 등장할 법도 한데 말이죠. 그러다 거대한 우주선이 하늘을 뒤덮고 땅에 그림자가 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착륙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피부가 투명에 가까운 백색 외계인(이라 추정되는 사람) 한 놈(여성은 아닌것 같음)이 누더기천(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이윽고 거대한 우주선은 구름 사이로 사라집니다. 놋쇠잔 같은 그릇에 시커멓고 왠지 끈적해 보이는 액체를 손에 든 백인(백색 외계인)은 마치 사극에서 대역죄인이 사약을 마시듯 잔을 들이킵니다. 사극의 배우처럼 잔을 제대로 내려놓지도 못한채 고통에 떨며 자신의 팔과 몸을 쳐다봅니다. 온몸이 마치 모래처럼 분해되어 사라락 흘러내립니다. 하필이면 그게 거대한 폭포 옆이었고 외계인의 부서진 몸뚱아리와 강물이 뒤섞이면서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마구 꿈틀꿈틀합니다. 그러다가 동굴벽화를 살펴보는 백인(서양인 여자, 엘리자베스 쇼 박사)을 보여줍니다.

   감독의 연출 의도와 영화를 본 관객이 이해한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시작부분만 놓고 본다면, 성별은 알 수 없지만 남성에 가까운 외계인이 인간(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이라는 설정에 대부분 동의는 합니다만 정확한 인과 관계의 설명으로 보기에는 빈틈도 보입니다. 외계인이 죄를 지어서 유배지인 지구에서 사약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직접 우주선을 몰고 와서 생명체가 없는 이별에 생명을 퍼트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것인지 불분명합니다. 또한 세찬 폭포 밑으로 떨어진 외계인이 인류의 기원인지 아닌지도 불확실합니다. 만약 원숭이가 그 물을 마셔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처럼 뼈다귀를 하늘로 던진다던가 돌을 들고 코코넛을 깬다던가 했다면 인과 관계가 확실해질텐데 말이지요.

 

3-2.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는? 로봇과 인간의 관계는? 엔지니어와 인간의 관계는?

  영화는 곧바로 우주선 장면으로 바뀝니다. 쇼박사와 애인인지 남편인지 관계를 알 순 없지만 두 사람은 초 거대 다국적 문어발 기업인 웨이랜드와 함께 인류의 기원을 찾는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같은 이름의 우주선을 타고 고대벽화에서 알려준 행성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팀원의 구성과정, 개개인의 약력 소개는 물론, 어째서 이윤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인류의 기원"이라는 고고학적이자 철학적인 문제, 바꿔 말하면 돈벌이가 되지 않는 사업을 추진했는지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벽화 발견한 여자 박사 말믿고 우주선 타고 갑니다. 팀원들과 웨이랜드 간의 관계 설명도 없습니다. 데이빗이라는 안드로이드(원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아닌 인간형 로봇을 뜻하는 말)가 왜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를 좋아하는지, 왜 자전거를 타며 농구를 하는지, 왜 팀원들의 꿈을 몰래 훔쳐보는지, 왜 고대어를 배우는지 전혀, 하나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갈수록 불친절은 더욱 심해집니다. 할로웨이 박사(쇼 박사의 애인?남편?)는 왜 데이빗과 자꾸만 부딪히는지, 쇼 박사를 구해주기도 하는 데이빗이 할로웨이 박사의 술에는 왜 검은 액체를 떨어트리는건지, 피터 웨이랜드(가이 피어스)는 정말 생명연장의 꿈을 위해 엔지니어를 만나기로 한 건지, 샤를리즈 테론은 왜 옆으로 달리지 않았는지, 왜 아빠(피터 웨이랜드)와 사이가 나쁜지, 점점 머릿속이 답답해져만 갑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데이빗은 엔지니어에게 도대체 뭐라고 말했는지, 관객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나라 말을 하더라도, 심지어 사이버트론 행성의 로봇언어도 친절하게 영어로 자막을 달아주는 미국 영화가 아니었던가요? 프로메테우스호의 선장은 선체 바깥으로 한발짝도 나간적이 없으면서 어째서 이 행성이 엔지이너들의 대량살상무기시험장이라고 했을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가지 의문만 쌓여갔습니다. 최근 영화평론가 및 매니아분들의 글을 읽으며 조금씩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으 70% 이상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불명확한 관계를 다룬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4. 관계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 결론

  영화 마지막, 살아있는 엔지니어를 만났을 때, 데이빗이 엔지니어를 열받게 한건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피터 웨이랜드가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깁니다.

"결국...... 아무것도 알아낸게 없어......"

 

5. 수많은 수수께끼만큼이나 수많은 사족들.

아내는 메멘토의 주인공이었던 가이 피어스가 왜 등장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저에게 물어보길래 피터 웨이랜드로 출연했다고 알려주니 깜짝 놀라더군요. 가이 피어스의 노인 분장이 완벽에 가까웠나봅니다.

3D 입체 영화로 보신 분들의 공통된 의견은, 물의 입체감, 대자연의 깊이감, 후반부의 데이빗이 우주선을 작동시켜서 바라보는 홀로그램 장면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가장 많은 이들을 궁금증의 수렁에 빠트린 캐릭터는 데이빗입니다. 데이빗이 즐겨보는 영화, 좋아하는 말투 등, 여러가지 행동이 의문투성이입니다. 탐사하러 갔을 때는 묻지도 않고 문을 열기도 하고 임의로 카메라를 끄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럭비공이었습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영화속 영화로 등장하다보니 이 영화와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든 연결 고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것도 떡밥인 건 확실한데 덥썩 물긴 싫네요.

샤를리즈 테론이 왜 그 정도 비중 밖에 되지 않았는가?(왜 예쁜 배우가 분량이 적었는가?!) 
왜 옆으로 뛰지 않았는가?(왜 예쁜 배우가 오래 살지 못했는가?!) 에 대한 불만은 다들 많으신데 저는 약간 다릅니다. 왜 푸쉬업 장면은 보여주면서 선장과의 러브신은 안나왔는지도 궁금하네요.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3부작이 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쇼 박사가 외계인의 우주선을 몰고 지구가 아닌 엔지니어의 별로 향하고 있으니 프로메테우스 2탄에서는 엔지니어의 고향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3탄(나올지 안나올지 모르지만)에서도 여러가지 "궁금한 관계"에 대해서 명확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데커드에 대해서는 아직도 인조인간이다 아니다 말이 많으니까요. 또 그런 여지를 남겨줘야 오래도록 회자되기도 하니까요.

쇼 박사가 제2의 리플리가 될지 궁금해집니다.

감독의 이전작품, 에이리언 시리즈와의 "관계"조차도 "불명확한" 영화, <프로메테우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