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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맥북

아내에게 선물 받은 애플 매직 마우스 VS 아이락스 무선마우스

"남편은, 남의 편을 든다고 남편이다"

  라고 말하던 어떤 주부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 주부께서는 댁의 남편이 빨래를 널지도 않고 청소기를 돌리지도 않으며, 치약을 뒷부분부터 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흉을 보면 같이 맞장구도 안쳐준다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구구절절 늘어놓았습니다.

  한때는 저도 아내의 뒷담화를 올바르지 못하다는 도덕적 판단만 내리고 공감해주지 않았는데 법륜 스님의 책을 읽고 나서는 무조건 아내편을 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된 계기가 "애플 시리즈 사건"입니다.

  애플 시리즈 사건의 시작은 2011년 끝자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년 말에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노트북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거슨 바로 애플의 맥북 프로!! 마침 신형 OS인 라이언(Lion)이 탑재된 그야말로 최신형 맥북 프로였습니다. 게다가 집사람이 선물로 사주었더랬죠. 박스를 들고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어찌나 신이 나던지... 지금 다시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서 미소 짓게 되네요. 이때부터 애플 시리즈 사건이 시작됩니다.

 

(아내로 부터 선물 받은 맥북 프로, 저는 15인치 모델입니다.)

  한동안 맥북의 터치패드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아이패드처럼 여러개의 손가락을 인식하는데다가 반응속도가 매우 빨라서 사파리에서 웹사이트를 늘렸다 줄였다 장난도 많이 치고 손을 오므렸다 펴는 동작으로 마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장갑을 끼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여러가지로 무척 편한 터치패드 덕분에 마우스를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따로 챙겨야 한다면 거추장스러울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화면 캡쳐를 하려고 손가락 3개로 드래그를 하는데 이게 어쩌다보니 마우스 끌기 동작이 정밀하게 잘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정밀한 작업을 위해서는 마우스가 필요한데 애플 매직마우스는 너무 비싸서 대안을 생각중이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대체제들은 어디까지나 대체제일뿐. 마음에 드는 디자인도 없거니와 기능도 딸려서 안되겠더군요. 어설프게 몇만원 주고 마우스를 사느니 차라리 그냥 터치패드를 쓰는게 낫겠다고 판단하고 애플 매직 마우스에 대한 생각을 접었습니다. 



 

  어느날 아내와 함께 영화도 볼 겸 롯데백화점에 갔더니 가전 매장에 컨시어지가 있는 겁니다. 거기서 제가 얼쩡거리고 있으니 직원들은 돈도 없어보이는 사람이 기웃거리니 별 관심을 안보였는데 화끈하신 우리 아내가 애플 정품 마우스 필요하면 사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마우스 포장박스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제가 직원들은 또 이상하게 보였는지 "사실건가요?" "쓸 줄은 아시죠?" 등등 의구심 가득 담긴 질문을 친절하게도 해주더군요. 집어들고 살거라고 말했더니 아내가 일시불로 "결제를 해주시는" 겁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두 마우스를 찬찬히 보며 들었던 생각을 제 마음대로 써보았습니다.

 

애플 매직 마우스의 첫인상. 어라? 어떻게 클릭하지? 스크롤은??


  은은한 회색의 애플 로고가 없었더라도 애플 제품인 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돌출되거나 함몰된 부분도 틈새도 없이 매끈합니다. 그런데 매끈한 차돌같은 이 덩어리가 어떻게 마우스의 기능을 하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디자인은 기능을 따른다고 했으니까요. 눈을 씻고 아무리 찾아 봐도 버튼도 없고~! 휠도 없고~! 쥐새끼 꼬리 같은 선도 없습니다. 없는 것 천지~!!!! 뭐야 이게?! 마우스 맞아???

여기서 클릭을 어떻게 하냐고요?
왼쪽 오른쪽 갈라져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구요?
휠도 없어서 아래로 스크롤은 어떻게 하냐구요?

 애플은 마우스를 MS보다 훨씬 먼저 채용한 회사입니다. 그런거 신경 안썼을라구요?
매끈한 면 위에서 왼쪽 오른쪽 클릭이 모두 가능합니다! 딸깍~ 딸깍~!! 신기하지요?
게다가 이 매끈한 표면에서 스크롤은 물론, 멀티 터치까지 됩니다!! 그것도 무선으로~!
휠 버튼에 때 끼는 일도 없습니닷!

이 정도면??  "매직" 맞습니다!

디자인도 애플의 매직~!
기능과 성능도 매직~!
게다가 가격도 마법을 부렸습니다.
애플의 놀라운 매직~! 무려 8만9천원!!!  후덜덜덜덜~!!!

 

구석구석 꼼꼼한 마감과 차분한 마무리

바닥면에도 역시 애플로고가 있습니다. 누가 애플 제품 아니랄까봐 그러는지 바닥면 한 가운데 배꼽 자리에 떡하니 은은한 회색 애플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그래 그래, 너 애플 제품 맞다~!"

가운데 동그란 광센서 바로 오른쪽에 아주 작은 초록불 보이시나요? 전원이 들어왔다고 알려주는 불이에요. 그 밑에는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때 마우스를 끌 수 있는 스위치. 물론 일정 시간 사용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지긴 합니다. 아무렴 그런 기능 없을까봐서요?
하지만 대기전력이 소모되니까 지구를 살리려면
완전한 전원 끄기는 필요합니다.


초록불은 잠깐씩 켜졌다가 꺼지기 때문에 타이밍 맞춰 찍었습니다. 이 초록불은 모든 애플제품의 작동상태를 알려주는 공통된 초록색 램프입니다. 맥의 운영체제에서도 녹색, 주황색, 빨강색으로 표시하듯 하드웨어들도 공통된 색조합을 사용합니다. 패밀리룩은 역시 애플이 최고라는 건 인정! 가격도 최고!!!

 

기존의 아이락스의 무선 마우스를 다시 보다.

  원래 쓰고 있던 2.4GHz 방식의 아이락스 무선 마우스. 이 녀석도 원래는 매우 아름다운 디자인었습니다. 엄지가 닿는 부분에는 앞으로 뒤로 단추도 있고요. 휠의 가운데에는 접지력을 높이고자 톱니바퀴모양의 고무도 부착되어 있습니다.

엄지가 닿는 부분의 단추들이 보이시나요?

배터리 교체 시기를 알려주는 불이 스크롤휠 밑에 있습니다.

 

아이락스 무선 마우스의 바닥면입니다.

전자파 시험 관련 문구들도 많이 보이고 광센서와 건전기를 넣는 뚜껑 부위. 그리고 4군데에 나눠진 마찰부위 등이 어지럽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스크롤을 위로 올려서 애플의 바닥면과 한번 비교해보세요.

건전지는 1개만 사용합니다. 제품의 모델명도 보이고 각종 전자파 적합 인증 로고, 제품의 고유한 일련번호, 쓰레기통에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표시와 온 오프 스위치의 글씨까지 모두 뚜렸해서 보는 이에 따라 좋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락스는 바닥면에 각종 문구와 로고 등이 많이 적혀있는데 애플 매직 마우스는 그런게 안보이네요? 전자파 적합 시험에 통과했는지 탈락했는지 아무런 표시가 없네요. 매직마우스 이거 불법 전자제품인가요?

애플 매직 마우스의 건전지 뚜껑을 열어봅니다. 좀 특이하게 이렇게 열립니다.


  건전지 뚜껑을 살펴봤더니 안쪽에 저런 각종 문구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일반 고객에게는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전문가들만 알 수 있는 이상한 문구들은 모두 배터리 커버 안쪽에 숨겨놓았습니다. 필요한 정보는 다 표시되어 있지만 마우스 디자인 전체를 해치지 않게끔 했습니다. 


AA 건전지 2개가 들어갑니다. 마우스의 무게가 가벼워서 2개를 넣으면 묵직한 것이 느낌이 좋습니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 보이시나요?
 같은 방향으로 두개가 나란히 서있는 모습.
하나는 아래쪽 하나는 위쪽으로 들어가는 다른 회사의 제품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극을 반대로 바꿔 끼워서 작동안하고 그러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애플 매직 마우스는 그럴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건전진도 이미 들어있는데다가 저렇게 끼워져서 나오거든요. 물론 전지의 누액이 있을까봐 건전지와 접촉단자 사이가 얇은 필름으로 막혀 있습니다. 구입해서 사용할때는 그 필름만 잡아당기면 끝~!
사실 이렇게 건전기가 들어가게끔 만들려면 건전지 넣는 부분에 배선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직렬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고객에게 건전지를 하나는 똑바로 하나는 뒤집어 넣게끔 시키고 있죠. 오랫동안 그렇게 해오다보니 그게 당연한 일이고 불편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아마 애플 매직 마우스의 배터리 커버를 열어보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온통 에너자이저만 쓰고 있군요. 아이락스에는 일반 에너자이저, 애플 매직 마우스에는 에너자이저 어드밴스드라고 조금 더 좋은 건전지입니다.

아무튼 제품 사용자 입장에서는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듭니다.

단독으로 찍을 때는 몰랐는데, 두 제품을 같이 놓고 사진을 찍었더니 너무 비교되는군요.
마우스 2개를 놓고 이리저리 보고 있던 저를 멀찌감치서 바라보던 아내가 한마디 건넵니다.
"마우스 옆에 이상하게 생긴 건 뭐야?"
"이상하게 생긴 것.. ㅠ.ㅠ "
"이상하게 생긴 것.... ㅠ.ㅠ "

아이락스 관계자님, 제품 비방 아닙니다~! 저 무선 풀사이즈 키보드도 제 돈 주고 사서 잘 쓰고 있어요~!
여보, 둘 다 마우스야... 이것도 제법 비싸게 주고 산 거였어~!  (이미 안방으로 가버린 아내... ㅠ.ㅠ)

측면에서 바라보니 더더욱 디자인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감성 품질, 감성 품질.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부르짖고 있습니다.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의 시대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고객을 발로 뛰게 만들고 고객의 통신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일부 패킷의 종류를 거르기 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무슨 고객 감동을 실천하겠다는 것인지. 아 잠깐 엘지 유플러스에게 감동 먹을 뻔 했습니다만 결국 실망했습니다. 애플을 보면서 다른 기업과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게 만드는 이것이야말로 혁신이고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 대한 애플의 충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애플 매직 마우스를 사고 싶어하는 철없는 남편을 이해해주는 우리 아내.
매끈한 애플 마우스보다 훨씬 매끈하고 아름다운 건, 아내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무튼 기존에 갖고 있던 아이락스의 무선마우스와 애플 매직 마우스를 비교해보면서 느낀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매끈한 애플 마우스를 선물 받으려면, 아내에게 평소에 잘해야 한다."

농담반 진담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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