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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Software

멀티탭사러 마트갔다가 디아블로3 집어온 부부

   비가 시원스레 내렸던 지난달 주말. 우리 부부는 가구 배치를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해리포터처럼 마법을 쓸 수만 있다면 가전제품을 안들어내고 가구만 싹~ 재배치하고 싶지만, 그런 능력이 없는 관계로... 전자액자며 TV셋톱박스며 게임기, PC 등등 각종 전자제품을 한쪽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연결되어 있던 각종 케이블도 모두 분리했지요.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겨보기 시작했습니다. 협탁을 소파 오른쪽에 두었다가 왼쪽에 두었다가... "가구배치 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_-;;;; 

   한참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드디어 가구들의 위치가 확정되고 이제는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는 일만 남았네요. 어랍쇼?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으려고 보니까 벽면의 콘센트가 멀어져 버린게 아닙니까? (그 반대인가?) 멀티탭을 또 사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으니, 아내가 신세계 상품권이 있다며 집 근처의 2마트 트레이더스를 가자고 합니다. 저도 흔쾌히 좋다고 대답하며 2마트로 향했습니다.

   어떤 남편들께서는 마트나 백화점에 따라 다니는게 귀찮고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좋아하는 각종 가전제품, 컴퓨터, 카메라, 스피커 구경도 할 수 있고 요새는 체험형으로 만져볼 수도 있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더라구요. 오히려 아내가 가전제품 코너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저 때문에 피곤해 하기도 합니다.

   2마트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와 매우 흡사한 형태입니다. 원래 이 동네에 대형마트 3개(홈+, L마트, 2마트)가 있다가 가장 장사가 안되던 2마트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는 철수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날 리모델링이 끝나고 "2마트 트레이더스"라는 요상한 이름을 달고 재개장했더군요.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해서 그런지 완전 창고형입니다. 물건들의 단위도 대부분 1kg이상이고요 가격대도 희한하게 하나 집으면 8,800원에서 10,900원입니다. 계산하기 편하죠. 10개 정도 담으면 10만원 넘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물건단위가 커서 카트도 무진장 큽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마다 직원분들이 카트를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당겨"줍니다. 아내는 품종이 적다는 이유로 대형 창고형 매장을 싫어라 하더군요. 품목은 한정적이고 물량은 엄청나다보니 케첩도 킬로그램 단위로 사게 됩니다. 다른 선택가능한 대안도 적고요.


   예를 들면 
케첩이 다 떨어졌을때 여기를 오게 되면 이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여긴 오뚜기 케첩 소용량이 없으니 하인즈1kg 사야겠다."
     "켈로그 먹고 싶긴 한데, 콘프로스트 3kg 제품이 엄청 싸게 파는데 저걸로 살까?"
 이런 식으로 말이죠. 

   우리가 원했던 멀티탭도 딱1종류 뿐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멀티탭이 우리 마음에 들지가 않았습니다. 그냥 홈+나 아파트 상가가서 사자고 합의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하겠죠. "그럴거면 마트엔 왜 간거냐고~ㅋ  " 어쨋든 신세계 상품권이 있으니 멀티탭말고 다른 필요한거나 사가는걸로~! 결국 카트엔 원래의 목적과는 상관없는 물건들이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카트 동전빼기 신공 1


아내의 카트 동전빼기 신공을 다른 각도에서~!


짠~!! 동전 탈출~! 카트를 반납안해도 되지만 우린 양심이 있는 부부라
카트도 제자리에 반납했습니다. 이건 재미로 한 거임~!

   생필품 위주의 장보기가 마무리 되어 갈 무렵, 제 눈은 가전매장을 보고 반짝 빛이 났습니다. 아내는 그런 제 시선이 못마땅한 듯 쳐다봅니다. 지금 당장 살 것도 아니면서 이것저것 묻곤 하는 제 모습이 싫다는군요. 하지만 여성분들~! 당장 살 것도 아니지만 명품가방 구경할 수 있는 거고, 사지도 않을 거지만 옷을 입어볼 순 있는거잖아요?? ^^


LG 일체형 PC. 무선 키보드와 무선 마우스까지 애플의 아이맥과 구성은 물론 디자인도 매우 유사한 느낌이네요.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오른쪽~!


디아블로3~!  LG일체형 PC에서는 연신 디아블로 홍보 동영상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가전매장에서 제 시선을 붙잡은 제품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악마의 게임 디아블로3! 지난 6월에 디아블로 3을 서울 사는 형님과 해보고 난 뒤 너무 재밌더라구요. 아내더러 줄곧 PC 방을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꼬셨더랬지요. 하지만 아내는 담배냄새가 싫다며 거절했고 (게임은 하고 싶은거임?) 그렇다면 담배냄새가 없는 집에서 같이 게임을 하게 DVD를 사는건 어떻냐고 물어보았죠. 

  결국, 어이없게도 멀티탭 사러 갔다가 디아블로를 카트에 담고야 말았습니다.


얌전히 잘 담겨 있는 디아블로3. 매장 직원분께서 영수증과 스티커로 디아블로3 눈을 가려버리셨네요.
직원분도 악마의 유혹에 빠져들까봐 두려웠던 모양입니다. -_-;


집에 와서 다시 박스를 봅니다. 저 스티커 뜯으면 이제 디아블로 봉인해제?!!


구입 인증~!



정품 패키지는 아날로그 박스가 있어서 좋아요. 전자책도 게임 패키지처럼 뭐라도 줬으면 좋을텐데요.

이 글을 7월 18일에 작성해놓고 8월이 되서야 올리네요. 올리는 지금 이 시점에도 아직까지 멀티탭을 못 샀네요. 하하하하하~ 뭐한다고 못 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