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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녀석의 직장, 대학도서관

참 재밌는게,


동그라미를 가진 사람은 네모를 갖고 싶어하고


네모를 가진 사람은, 동그라미를 갖고 싶어한다.


 


제작년 12월에 다녀온 미국 대학도서관들은 하나같이 대학 캠퍼스의 정중앙(정준하씨 아님)에 뙇~! 위치하고 있었고


웅장하고 기품이 넘치며 저마다의 건축미를 뽐내고 있었다.


아무튼, 그런 감흥에 젖어 귀국해보니, 한국의 도서관들은 하나같이 사각형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건물 내부의 기둥조차도 사각형인 곳도 많았다.


내가 일하는 곳도 한국의 한 도서관이라 예외가 아니었다.


사각형인 것도 모자라, 마치 관공서처럼 생겨서, 보는 이로 하여금 딱딱하다. 춥다. 다가서기 어렵다는 느낌을 주고


이래저래 그런 첫인상에 관한 말을 늘 듣던 터라, 만약 도서관을 새로 짓게 된다면, 꼭 둥글게 둥글게 아름답게 짓자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친구가 일하는 곳은 외경은 사각형의 건축물일지라도 내부는 중앙의 둥근 홀도 갖추고 나름의 건축미를 뽐내려고 하는 모습이 엿보여서


속으로 은근히 부러워 하곤 했었다.


늦은 저녁 혼자 도서관에 남아 이 나라의 대학도서관의 미래에 대해 고뇌하던 친구에게 커피를 얻어 마시며


넌지시 말을 던져보았다.




“여긴 그래도 나름 학문의 전당 같은 느낌이 들어. 가운데 넓은 홀과 낮엔 햇볕을 끌어들이는 높은 유리 천장도 있으니 말야. 게다가 내부가 둥글어서 좋겠다.”


되돌아온 친구의 답변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네모 반듯하면, 서가 배치하기도 좋고, 북트럭 다니기도 좋고 남는 공간없이 좋을텐데, 벽이 둥글다보니 좀 아까운 공간이 생겨서 말야…”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


그래도… 네모 보단 둥근게 나은 것 같아.